“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초인(Übermensch)’ 개념은 철학사에서 가장 오해받은 개념 중 하나입니다. 흔히 초인은 ‘초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오해되지만, 니체가 말한 초인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 스스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오늘날, 이 초인 사상은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삶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초인이란 무엇인가? – 기존 가치의 전복
니체의 초인 개념은 단순히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 기존의 도덕과 가치 체계를 전복하고, 스스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인간상을 의미합니다. 그는 기독교적 도덕—특히 희생, 순종,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가치관—이 인간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초인은 이 같은 ‘노예 도덕’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며 능동적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이는 곧 ‘신의 죽음’ 이후, 혼돈과 무의미 속에서도 자기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인간을 뜻합니다.
현대 사회, 왜 초인이 필요한가?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가치의 다원화, 사회적 불안, 정체성의 위기 등 다양한 혼란 속에 살아갑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비사회는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부추기며, 사람들은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SNS 속 ‘좋아요’ 수나 타인의 삶과 비교되는 피드 속 이미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우울과 자존감 상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니체의 초인 사상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초인은 자기 삶의 의미를 타인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찾는 사람입니다. 그는 대중의 기대나 사회의 관습에 맹목적으로 순응하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기 가능성을 스스로 실현하고자 하죠. 이는 오늘날 ’자기결정성(self-determination)’이나 ‘자기주도적 삶’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초인 사상의 실천적 적용 – 3단계로 보는 자기 초월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인간 정신의 변화를 세 가지 상징적 단계로 설명합니다: 낙타, 사자, 아이.
이 세 가지는 초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며, 오늘날 우리 삶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낙타 단계 – 짐을 짊어지는 수동적 순응
- 초기에는 사회의 규범과 기대를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학업, 직장, 인간관계에서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시기죠. 이는 성장에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 사자 단계 – 기존 질서와의 투쟁
- 이 단계에서는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기존 가치에 저항하고, 기존의 ‘선’이나 ‘의무’를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자아를 찾기 위한 능동적인 저항의 시기입니다.
- 아이 단계 – 새로운 가치의 창조
- 마지막 단계는 자유로운 창조입니다. 외부의 규범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난 가치를 삶에 반영하는 단계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책임 있는 창조의 자유입니다.
이러한 정신의 흐름은 직장 생활, 창작 활동, 인간관계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의 기준을 세우고 실현하려는 태도가 바로 현대적 초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초인의 또 다른 얼굴 – 창조자, 개척자, 심리적 회복자
오늘날의 초인은 어떤 모습일까요?
- 창작자(creator): 기존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 글쓰기, 기술, 사업 등을 창조하는 이들입니다. 예술가, 창업가, 혁신가들은 자신의 길을 직접 만들어갑니다.
- 심리적 초인: 불안, 우울, 트라우마와 같은 개인 내면의 어둠을 직면하고, 이를 넘어 자기 회복과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이들입니다. 이는 정신건강 이슈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더욱 의미 있는 초인의 한 형태입니다.
- 윤리적 초인: 사회적 소수자,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들 역시 기존 도덕에 저항하고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는 존재로, 초인의 현대적 재해석이 가능합니다.
마치며 – 초인은 ‘더 나은 나’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
니체가 말한 초인은 완성된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고,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창조하는 인간입니다.
오늘날 초인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묻는 사람입니다.
“이 삶은 내 진심이 담긴 것인가?”
“이 선택은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인가?”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살고 있는가?”
니체의 초인 사상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믿으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만큼 자기 자신에게 깊이 다가가라’는 요청입니다.
진정한 초인이란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내면의 주체’입니다.
니체의 사상은 결코 낡은 철학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치가 혼재하는 오늘날,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는 철학적 나침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초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고 창조할 수 있는 ‘깨어 있는 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